1부 1장 - 전쟁은 시작되었다

 

피하지 못할 싸움이라면 맞서 싸워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이제 더 이상 피할 곳도 없다. 스마트폰으로 세계 1등을 하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애플과 중국에서의 신생 벤처 기업과 동시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미국의 애플이나 중국의 ‘샤오미’라는 회사는 하드웨어에 관한 한, 단 한 개의 공장도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들이다. 반도체도 만들지 않으며, 스마트폰도 스스로는 만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 치고 나가는 추세가 만만치 않아서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삼성이 잘못 해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스마트폰 제조 회사이다.

그러나 이 스마트폰 싸움의 본질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애플이나 샤오미는 그들의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애플은 1999년부터 미국 내 공장을 폐쇄하고 제품 생산을 중국 등지에서 위탁해왔다. 잘 알려진 폭스콘이 애플 제품의 조립을 대부분 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제조업의 회귀 압력에 따라서, 미국에 생산 공장 일부가 설립되었지만, 그 규모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철저히 위탁 생산을 한다. 샤오미의 생산 물량은 폭스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사진 출처 - Tim Cook Twitter

 

애플은 1999년부터 미국 내 공장을 폐쇄하고 제품 생산을 중국 등지에서 위탁해왔다. 잘 알려진 폭스콘이 애플 제품의 조립을 대부분 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제조업의 회귀 압력에 따라서, 미국에 생산 공장 일부가 설립되었지만, 그 규모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철저히 위탁 생산을 한다. 샤오미의 생산 물량은 폭스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사진 출처 - Tim Cook Twitter

중국의 애플, 샤오미 (小米)

스마트폰의 OS인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즈하여 자신들이 만 들어 내는 샤오미폰에 우선 사용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다른 제 조사들이 만든 안드로이드 폰에 맞는 AOSP를 만들어 내고 있 다. 삼성의 스마트폰, LG폰은 말할 것도 없고, 스카이폰에 맞 는 AOSP까지 만들어 내었고, 그것을 오픈 소프트웨어로 공개 해 버렸다. 폰 제조사들이 ‘샤오미의 안드로이드’를 자신들이 만 드는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더욱 흥미롭다. 샤오미는 분명히 이런 일이 발 생할 것을 예상하고, 그들의 AOSP를 풀어버린 것이다. 삼성이 나 LG폰에 샤오미가 만든 AOSP를 넣어보면 더욱 사용은 편리 해졌다. 자질구레하고 덕지덕지 붙어있던 서비스들을 간결하게 만들었고, 사용이 편리해진다. 국내에서도 구형의 삼성폰이나 LG폰에 샤오미가 만든 OS를 장착해서, 신형폰처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샤오미의 의도는 하드웨어인 스 마트폰을 팔아서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안드로이드 폰 제조사들이 만든 그들의 폰, 삼성이나 LG폰에, 샤오미가 만든 샤오미의 안드로이드를 장착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특수성 인 의존성을 생각해 보면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전 세계의 모 든 폰에 샤오미의 안드로이드가 다 깔려버린다면, 세상은 샤오 미의 손 안에서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것이다.

2013년 Mi 3의 발표 현장. (레이쥔은 영어에 능통한 알리바바의 마윈과는 달리, 늘 중국어를 고수한다.) 
샤오미는 사업 방식을 철저하게 온라인 게임 사업에서 가져왔다. 태생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강점을 철저히 활용하는 온라인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주문 생산 방식, MiFan으로 대표되는 강고한 사용자 커뮤니티, 그리고 매주 릴리즈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구글의 이상한 프로젝트

구글은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 데, 이 소프트웨어 제국이 최근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 자기들도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로 ‘ARA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새로운 의미를 던져준다. 지금까지는 암 묵적인 약속이 있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안드로이 드의 개발과 확산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폰 제작사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대신, 자 신들만의 스마트폰용 OS는 개발하지 않고, 하드웨어 제작에만 집중한다는 역할 분담론이 있었다. 그런데, ARA 프로젝트라니? 이 프로젝트는 결국,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서 모듈을 선택하여 장착하는 저가의 스마트폰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저가 폰을 대량 공급하여, 모든 사람들이 더욱 쉽게 구글의 검색 정 보나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의 기기를 제작하는 삼성전자 같은 업체들은 하 드웨어를 잘 만들어서 그 하드웨어를 판매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부이다. 한 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서 그 즉시 벌어들이는 수익뿐이다. 그 이후 스마트폰이 사용되면서, 앱 스토어를 통 해서 판매되는 매출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 그런데, 이 런 ARA 프로젝트를 통해서 초저가의 스마트폰이 공급되어 버 린다면, 삼성이나 LG같은 폰 제조업체들은 생존할 수가 있겠는가? 기존의 수익 모델로서는 경쟁할 수가 없다.

직육면체의 케이스Endoskeleton에 디스플레이, 프로세 서, 카메라, 배터리 등의 각각의 부품 모듈을 끼워서 맞춤형 스 마트폰을 만든다.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였듯이, ARA 프로젝 트가 추구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오픈 플랫폼으로 개발하겠다 는 계획이다. 이미 오픈소스 스마트폰 개발자 커뮤니티인 네덜 란드의 ‘폰블록Phoneblocks’과 제휴했다.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 드웨어까지도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전쟁이다

이제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조립용 PC로 그 기술이 일반화(commodity)가 되듯이,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술도 급속하게 일반화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슈퍼주니어’의 멤버로 활동했던 중국인 ‘한경’의 경우를 보면, 이미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스마트폰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명 ‘庚Phone’, 영문명 ‘Geng Phone’ 이라는 브랜드로, 2013년 11월에 출시된 스마트폰이다.쿼드코어 CPU, 1600만 화소 카메라,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등을 탑재했으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4에 못지 않은 사양이다.  K-Pop 그룹인 슈퍼주니어에 소속되어있다가 탈퇴한 ‘한경’이 외관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른바 C2B 모델, 그러니까 Customer to Business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홍보한다. 기획 제작사는 ‘대당전신’, 조립은 ‘신화소프트웨어’회사가 했다. 철저히 분업화된 스마트폰 하드웨어 생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명 ‘Phone’, 영문명 ‘Geng Phone’ 이라는 브랜드로, 2013년 11월에 출시된 스마트폰이다.쿼드코어 CPU, 1600만 화소 카메라,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등을 탑재했으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4에 못지 않은 사양이다. 
K-Pop 그룹인 슈퍼주니어에 소속되어있다가 탈퇴한 ‘한경’이 외관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른바 C2B 모델, 그러니까 Customer to Business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홍보한다. 기획 제작사는 ‘대당전신’, 조립은 ‘신화소프트웨어’회사가 했다.
철저히 분업화된 스마트폰 하드웨어 생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운영 체제이다.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어 내자니 엄청난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스마트폰에 딱 들어맞는 것이 샤오미가 만들어 내는 샤오미의 안드로이드이다. 이것을 샤오미는 공짜로 계속 풀어낼 것이다. 한경 같은 폰 사업자들이 부지기수로 달려들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테크놀로지의 제조업에서 이제는 브랜딩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마케팅 사업’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원조로서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기 위해서, 샤오미 같은 회사들과의 일전을 치르지 않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 역량의 싸움이 이미 시작되었다. 사용자들을 만족시키는 소프트웨어적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경쟁에서부터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점유율 싸움이다. 결국 하드웨어만으로는 아무리 강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생존이 걸렸으므로 피하지 못하는 싸움이다. 그 싸움은 이제 소프트웨어의 역량 싸움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싸워서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소프트웨어의 강자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런 소프트웨어 전쟁 속에서 우리는, 우리 기업은 그리고 우리 정부는,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인가, 소프트웨어 회사인가? 만약 스티브잡스에게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면, 소프트웨어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중시했지만, 결국은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월터 아이작슨, "Steve Jobs"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

  • '중국의 애플' 샤오미의 비밀 무기 - 소프트웨어
  •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은 어떻게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을까?
  • '소프트웨어 제국' 구글의 최종 목표, 그리고 ARA 프로젝트
  •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