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장 - 산자이로 반격하는 중국

 

미국의 소프트웨어 제국 주의에 대항하는 중국의 소프트웨어 산자이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여행을 해보았거나, 중국에서 살아 본 사람들에게 ‘중국’하면 가장 기억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의 대답은 ‘가짜 물건’이다.우리 한국 사람들끼리 하는 말로 ‘짝퉁’이다. 한국 사람들만 유별나서 이 가짜 물건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일본 사람이든 유럽 사람이든 거의 인종을 불문하고, 값싸고 잘 만들어진 물건에 몰려든다. 제대로 된 짝퉁 물건을 만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이토록 싼 가격에 소문으로만 듣던 명품 물건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그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물욕에 대한 은밀한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중국 산업화의 성공 비밀이 여기에 있다. 웬 만큼의 품질을 갖추고 있으면서, 상상할 수 없는 싼 가격. 인간은 그만큼 가격에 민감한 것이다. 어떤 산업이든 어느 곳에서든, 값이 싸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

  山寨 (shānzhài)는 산속의 울타리, 혹은 산적 소굴을 일컫는 말이다. 정부나 관리의 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공식적이지 않고 은밀한 모조품을 만들어내는 행태나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물건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 공영 방송인 CCTV는 이를 ‘산자이 문화’로까지 표현했는데,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중국 고유의 특징적 문화로 해석하는 듯 하다. 즉, 복제의 대상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다. 복제는 하되 나름대로의 새로운 해석을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창조의 가치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신속하게 복제하고, 여기에 대중이 원하는 요소를 첨가하는 ‘산자이 전략’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Sparksheet

 

山寨 (shānzhài)는 산속의 울타리, 혹은 산적 소굴을 일컫는 말이다. 정부나 관리의 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공식적이지 않고 은밀한 모조품을 만들어내는 행태나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물건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 공영 방송인 CCTV는 이를 ‘산자이 문화’로까지 표현했는데,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중국 고유의 특징적 문화로 해석하는 듯 하다. 즉, 복제의 대상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다. 복제는 하되 나름대로의 새로운 해석을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창조의 가치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신속하게 복제하고, 여기에 대중이 원하는 요소를 첨가하는 ‘산자이 전략’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Sparksheet

중국이 문호를 개방한 것이 1992년이다. 문호 개방 이후, 이십여 년이 지나면서 중국은 급속하게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들의 말로 ‘인민들의 노동 착취’를 통해서 엄청나게 싼 임금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것이다. 짝퉁이나 산자이 물건이 만들어지고 또 그것들이 중국 내에 유통되는 것은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짝퉁 물건을 만들어 내면서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익힌다. 연습으로 만들어 본 물건들을 제값을 다 받고 팔기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내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그래서 판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물건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인민이다. 인민의 대부분은 ‘노동 착취’ 수준의 임금을 받고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에 기여한 바로 그들이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연봉의 몇 년치를 지불하고, 오리지널의 명품 가방이나 옷가지를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절묘한 시장의 논리가 작동한다. 가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찌 보면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 기묘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인 것이다. 시장의 요구가, 고객들의 수요가 철저히 싼 가격이다. 그것에 맞춘 것이 짝퉁이고 산자이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디자인을 좀 보고 이용한 것이 있기는 한데, 그게 뭐 그렇게 대수인가? 따지고 들자면 인류 역사에서 중국이 세계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가? 대부분의 소비재와 산업재 중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얼마나 되는가? 자꾸 디자인 디자인 하는데 중국의 고대 문명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 까지 서양의 제국들이 강탈하고 베껴간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디자인을 가져 갔으니 그 ‘지적 재산권’에 관한 셈을 하자면 중국은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지적 재산권은 차지하고, 근대 역사에서 강탈해 간 명나라, 청나라 때의 문화재라도 돌려달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는 서양의 제국들이다. 중국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당당하다. WTO에 중국이 가입을 하고 외국과의 무역 분쟁이 제기될 때마다 단속하는 시늉은 한다. 하지만 단속하는 관리들이나 단속을 받는 상인들이나 속내는 철저한 중국 중심의 산자이 철학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인민을 위한 로컬라이제이션"

산업화의 단계에서,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가는 방법의 하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다. 완성된 상품이나 시스템을 대상으로 복잡한 기술적 원리를 구조 분석을 통해서 파악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하드웨어 상품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후발주자가 앞서가는 선발 주자와 경쟁하는 방식으로서,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시대별로 일본이 그랬고, 홍콩이나 우리나라도 가짜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산자이는 후발 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가기 위한 단순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아니다. 그들 나름의 철학을 섞어 넣은 것이다. 여기서도 중국의 자부심이라고 할까 뻔뻔함이라고 할까? 아무튼 자신들의 상황을 적극 옹호하는 생각이 강하게 깔려 있다. 자신들의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중국적인 상황에 맞추어야 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로컬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다시 말하면, 디자인이나 제품은 베끼지만, 단순 모방이 아니라 더욱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그래서 오리지널보다도 더욱 중국 시장에서 호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정도는 ‘생계형 짝퉁’으로 보아 줄 수 있고, 귀여운 측면도 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려서 보면, 이 산자이는 그대로 후발주자의 강력한 전략이 된다. 하드웨어들, 즉 실물이 눈에 보이는 물건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산자이는 산자이이다. 짝퉁의 오명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서는 산자이가 없다. 분명히 아이디어를 베꼈고, 작동되는 과정이 오리지널과 똑같고, 사용자들에게 보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같아 보여도, 소프트웨어에서는 산자이가 없다. 베끼는 사람이 그 원본의 소프트웨어 소스를 훔치지만 않았다면, 그 산자이는 또 하나의 오리지널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특수성이다.

샤오미의 MIUI는 아이폰의 iOS를 빼닮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사실 iOS와 MIUI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베껴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다시 업데이트를 통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해나간다. 
이미지 출처 - Mashable

 

소프트웨어는 전략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은 명확하다. 중국을 발전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적과 아군을 분명히 하는 선명한 전략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온라인에 대한 그들의 전략은 철저히 ‘차단과 복제’이다. 중국 전역을 적으로부터 철저하게 ‘차단’하면서, 적들의 장점은 신속하게 ‘복제’하는 것이다. 차단 전략에는 확고한 명분이 있다. 반정부 선동을 차단하고, 해외의 보편적 가치관으로부터 중국 인민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어떤 정부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중국 정부는 당당하게 시행하고 있다. 검열은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오래된 관행이었지만, 인터넷에 대한 검열은 소프트웨어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대에서는 결과적으로 최고의 전략이 되고 말았다.

  중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유투브 등 미국의 주요한 서비스들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어있다. 구글은 자사의 서비스의 접속이 차단된 히스토리를 남기고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유투브 등 미국의 주요한 서비스들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어있다. 구글은 자사의 서비스의 접속이 차단된 히스토리를 남기고 있다. 

 

국가의 전폭적인 도움을 배경으로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철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의 기업들의 서비스와 동일하거나, 그곳에서 더욱 발전한 형태의 중국형 인터넷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그것들이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고유의 것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였다. 검색, 온라인 게임, 전자 상거래, 모바일 메신저, 동영상 서비스 등등. 어떤 것들은 기능뿐만 아니라 이름까지도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정부의 명확한 차단 정책과 막강한 인구를 기반으로, 거의 모든 인터넷 분야에서 자급자족의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게다가,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상장을 통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 판 전쟁을 위한 실탄까지 충분히 마련한 상태이다. 

1999년, 17명의 직원들을 작은 아파트에 모아놓고, 알리바바의 계획을 설명하는 마윈. 알리바바의 경쟁자는 실리콘밸리임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의 계획대로, 알리바바는 이제 중국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제국들과 한 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만리장성을 넘어 제국화될 수 있을까?

샤오미가 애플 같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은 구굴의 요소를 결합한 아마존에 더 가깝습니다. 이 세 개의 회사를 합친 것이 샤오미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 레이쥔, Reuters와의 인터뷰에서.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

  • 짝퉁과 소프트웨어 - 중국의 소프트웨어 산자이 전략
  • 중국 정부의 소프트웨어 보호 전략
  • 중국 최대 IT 회사, 텐센트의 소프트웨어 전략
  • 소프트웨어로 만든 제국, 알리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