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2장 - 전쟁의 시대, 국가 전략의 핵심

 

지금까지와는 속성이 전혀 다른 형태의 기업이 출현했다. 제국 기업이다. 

“애플은 미국 기업인가?”

2013년 05월 22일. 미국 상원 조세 청문회에서 터져 나온 일갈이다. 애플의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 세금 납부 여부를 조사하는 청문회에서의 모습이다. 이제 국가는 기업들에게 누구의 편인지를 묻고 있다. 글로벌 오퍼레이션의 다국적 기업을 가장 많이 소유한 미국이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미국 기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자국의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애국이고, 자국에 세금으로 기여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조세 위원장의 호통에, 애플의 ‘팀 쿡’ 회장이 답변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기보다는 ‘애국’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우리는 지난 2012년 한 해에만, 60억 달러를 미국 정부에 세금으로 납부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애플 스토어를 통해서 3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었다. 우리의 조국에 대해, 이보다 더 나은 기여를 한 미국 기업이 있는가?”

기업을 하는 사람인지,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만큼 국가의 부와 국민들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세계는 국가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다른 나라의 물리적 침공에 의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파산을 통하여 개인이 아닌 국가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가가 돈을 버는 주된 방법은 세금 징수이다. 이 시대의 국가는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고, 일자리는 기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 나라의 국민이 돈을 잘 벌어야 하고, 그 나라의 기업이 돈을 잘 벌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는 지속적으로 국가의 수입인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그것이 국가가 파산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기업처럼 생각하고 기업처럼 움직이는 국가. 이제 국가도 기업의 효율성을 배워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 간의 경쟁이 국가 간의 경쟁으로 비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속성이 전혀 다른 형태의 기업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제국 기업의 출현

새로운 성격의 기업이 생겨났다. 무엇이 다른 것인가? 다국적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지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은 일반적인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팔거나 아니면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우리 라이프 스타일의 중심에 있는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소프트웨어의 기술을 이용하였고 주로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전의 기업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다양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의 사용자와 개발자가 함께 만나는 장을 제공한다. 이를 ‘플랫폼’이라고 하기도 하고, ‘스스로 생태계를 이루었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생태계의 형성이 거대해질수록, 사용자들이나 파트너들은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종속된다. 이 종속성은 언제든지, 이들 기업의 전략에 따라서 권력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기업들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이다. 그래서 다국적 기업의 그것들과 혼동이 되기도 한다. 세계를 시장으로 하지만 이들 기업은 거점이 필요 없다. 제조의 필요성이 없으니 공장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지의 국가별로 현지 법인을 세울 수도 있지만, 현지 법인의 역할이 예전의 다국적 기업의 현지 법인과는 전혀 다르다. 마케팅이나 영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본사와의 연락 장교 역할을 하면서, 현지의 우수 인재를 스카우트해서 이들 기업의 인재 공급을 주요 임무로 한다.

거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를 일으킨다. 현지에서 거점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활동이 없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이유도 없다. 분명히 수익이 발생하였고, 소비자나 고객은 그 수익을 해당 기업에 지급하였다. 다만 그 지급이 현지 법인을 경유한 것이 아니라, 직접 이들의 본사나 이들 기업이 지정하는 곳으로 들어가 버린다.

‘안드로이드 스토어’에서 발생한 수익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본사의 수익으로 인식이 되는 것일까? ‘알리페이’를 통해서 내가 결제한 상품의 수수료는 분명 지급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내가 구입한 음원의 결제는 한국에 있는 어떤 기업의 수익이 아니다. 해외에서 결제되었다는 신용카드의 문자가 뜨는 것을 보면,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의 수익이다. 분명히 한국 시장의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말로 광고하지만, 광고료 지급은 한국에 있는 포탈 사이트의 한국 지점에 하지 않았다.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 구조와는 분명히 다르다.

세금을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지에 거점을 가지지 않으니 기본적인 고용 창출이 없다. 그러면서도, 막강한 영향력으로 현지로부터 어마어마한 이익을 거두어 가는,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핵심 역량은 소프트웨어이고 이들의 브랜드 파워는 이미 전 세계적이다. 더구나 이들 기업의 혁신성과 미래의 우리 생활을 지배할 수 있는 잠재력은 크게 인정받는다. 그래서 실제 창출하는 수익보다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으면서 자본시장에서 상장되고 있다. 세계 지배를 위한 실탄의 공급까지 이루어지면서, 이 시대 새로운 초연결 사회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그들이 바로 소프트웨어 ‘제국 기업’들이다.

 

소프트웨어 국가 전략

2014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XP의 지원 중단을 전 세계적으로 선언하였다. 윈도우 버전 중, XP 버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오류 수정이나 기능 강화를 위한 업데이트도 없고, 더 이상 보안상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보안 패치가 없다는 것이다. 보안 패치가 없다는 것은 온통 악성 코드가 난무하는 작금의 인터넷 세상에서, 전혀 무방비로 컴퓨터를 사용하라는 이야기와 같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지원 정책 발표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 윈도우 98의 지원 중단 발표 때의 일이다. 수많은 기업들과 각국 정부에서(대한민국 정부도 포함된다) 지원 연장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했다. 이번 XP의 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였다. XP의 지원 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중국에서의 반발이 나오자, 천하의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중국은 리눅스 기반의 자체 OS를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다. 2001년에 공개된 키린 (Kylin), 2010년의 네오 키린 (Neo Kylin) 등이 주로 군사 목적과 슈퍼컴퓨터 구동을 위한 OS였다면, 2013년에는 우분투 키린, 2014년에는 COS 등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운영체제를 발표했다. 특히 COS는 데스크톱 환경과 모바일 환경을 모두 지원하는 통합 OS가 될 것이라고 한다. 유수의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을 기본 탑재하는 형식으로, OS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알려져있다. 

 

 

중국은 리눅스 기반의 자체 OS를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다. 2001년에 공개된 키린 (Kylin), 2010년의 네오 키린 (Neo Kylin) 등이 주로 군사 목적과 슈퍼컴퓨터 구동을 위한 OS였다면, 2013년에는 우분투 키린, 2014년에는 COS 등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운영체제를 발표했다. 특히 COS는 데스크톱 환경과 모바일 환경을 모두 지원하는 통합 OS가 될 것이라고 한다. 유수의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을 기본 탑재하는 형식으로, OS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알려져있다. 

 

중국 인터넷계의 사대천왕은 360, 바이두, 텐센트 그리고 알리바바이다. 이제 이들은 중국의 사대천왕이 아니라, 세계의 톱10에 속하는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제국 기업’이 되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의 공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정도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안 백신이 내장된 자체 안드로이드 버전이 곧 나온다는 소문도 있다.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제도 이제는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비록 윈도우는 소스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컴퓨터 관련 기술들이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역량 있는 시스템 아키텍처들 수십 명 정도이면 윈도우 수준의 컴퓨터 운영체제의 개발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새로운 운영 체제 소프트웨어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맞서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했었다. 그런데 그 일을 중국 아니 중국 정부가 한다면, 적어도 13억 명의 고객은 확보하는 일이다. 세계 시장의 20%를 확보하고 하는 일이니, 이것의 성공 가능성을 누가 감히 부정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가져야 한다. 모바일에서든 컴퓨터에서든 운영 체제 소프트웨어도 우리의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의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을 가지고 대처해나가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그 특성상 의존성이 강하다. 지금처럼 외국의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소프트웨어의 의존성 때문에 도저히 협상 파워를 가질 수 없다. 비록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즉시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가지는 것이다.


국가는 지속 생존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무엇이 국가의 정체성인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 무엇일까? 우리는 자원을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다. 결국은 우리가 만든 제품을 수출해서 그것으로 먹고 산다. 지금 현재, 또 앞으로는 무엇을 팔아서 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먹고 살 것인가? 우리만, 우리나라에서만 조용히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세계 속에서 부를 가져오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에 대한 전략은 충분하며, 그 전략에 따른 준비를 우리는 해나가는 것인가? 국가가 기업은 아니지만, 국가나 국가의 지도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형태는 점차 제국 기업의 속성을 가질 것이다. 수십 년 전 미래학자들의 예측대로 국경 없는 비즈니스의 실체적인 형태가 다국적 기업에서 제국 기업으로 넘어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가의 역할은 없어지거나 약화되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글로벌 경제 전쟁이 심화하면서, 총성 없는 국가 대 국가의 싸움에서 제국 기업들이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제국 기업의 승리가 곧 해당 국가의 승리이고, 제국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부가 곧 해당 국가의 부가 되는 것이다. 이제 국가가 어떤 비전과 미래 전략을 가지느냐가 그 나라 기업들과 국가의 흥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모든 미국인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합니다. 왜냐면 프로그래밍은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 스티브잡스, '괴짜의 승리'라는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

 

  • 제국기업의 등장과 국민국가의 생존
  • 급증하는 사이버 공격과 그 해법

 

  • 국가적 차원의 소프트웨어 인재 전략
  • 글로벌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 방안